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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08 15:04:53
  • 수정 2018-01-08 15: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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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을 나누는 사람들’ 박상애 대표


201711월 말. 마음에 상처를 가진 청소년 2명에게 필리핀 나눔 동행을 제안했다. 그리고 미리 친분을 쌓고자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 즐거워하면서도 손으로는 줄곧 얼굴에 분을 바르며 단장하는 아이를 보고 잠시 걱정이 앞섰는데, 한편으로 귀여웠다. “나는 너희를 오늘만 만날 것이 아니라 어제도 만난 것처럼 생각하고 내일도 만날 거야. 그리고 지금 너희 지금 얼마나 예쁜지 아니? 굳이 예쁜 얼굴 감추지 않아도 좋아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수긍해주었다.


필리핀 봉사는 암 환자였던 우리 단체 회원의 제의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기술을 가르치다 생을 마감하길 소망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74월 처음으로 필리핀 봉사를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앞서 두 번은 세부의 쓰레기 마을’ ‘무덤마을코피노센터를 방문했지만 이번 행선지는 마닐라로 정했다.


아이들에게 필리핀 교정기관’(교도소)을 보여주고 싶었고 마침 마닐라에 이번 방문을 도와줄 분이 있어 장소를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이며, 본인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간접으로라도 알려주고 싶었고 작은 경험이 마음의 치유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했다.




첫째 날. ‘필리핀 마닐라 안티폴로에 있는 교정기관을 방문해 빵과 우유를 나누고 함께 간 자원봉사자가 마술쇼를 선보였다. 좁은 공간에서 불편하게 앉아 더위에 허덕이면서도 그들은 마술쇼에 즐거워하며 웃었다. 함께 간 우리 청소년들도 쑥스럽게 웃고 있었다. 언어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중 꽝 찌지지직하는 굉음이 났다. 우리 차를 운전하던 현지 안내인이 졸음운전으로 다른 차량과 추돌사고를 낸 것이다. 다행히 우리 팀원 6명은 다치지 않았지만, 차량 파손 상태가 커 보였다. 우리 쪽 안내인의 과실로 벌어진 일이라 합의해야 할 상황이었고, 안내인은 형편이 어려운 분이라 우리는 경비 일부와 팀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합의금으로 처리하고 숙소로 갔다. 모든 일정이 멈추고 지쳐버렸다.



둘째 날. 전날 벌어진 사건으로 일정 변화가 생겨 이른 아침부터 현지 학교로 갔다. 우리 팀 자원봉사자의 풍선마술을 선보이자 100명이 넘는 아이가 줄을 서서 풍선을 받고 싶어 했다. “그만이라며 끊을 수 없는 상황에 날씨는 또 어찌나 더운지. 그런데도 마술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일일이 눈 맞추며 아트풍선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나눔활동에 동행한 장애가 있는 선생님 그리고 청소년 2명도 땀을 뻘뻘 흘리며 구충제와 빵을 나눴다. 필리핀 아이들은 환호했다.



셋째 날. 마닐라 한인교회를 찾아가 마술쇼와 음악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그곳 교회 분들을 응원했다. 이어 20여 년 방안에서 지내는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휠체어를 기증받아 3대를 가져갔다. 휠체어를 기증받은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넷째 날. 동행한 장애인 선생님께 타고 온 휠체어를 기증해 달라고 부탁드리니 그는 기꺼이 승낙했다. 우리는 현지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골목에 시멘트작업을 하고, 마지막 분에게 휠체어를 전달했다. 그 덕에 동네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새벽을 뚫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아쉬운 이별 준비를 하면서 서로 칭찬했고, 모자란 점 채우지 못한 일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일정을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청소년들은 어제를 잊은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청소년을 위한 센터에 기거해 연락이 되지 않아 그냥 기다린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이, ‘여름의 크리스마스의 꼬마 산타 같았던 아이들이 아름다운 성년 산타가 되길 기도한다. 해외 나눔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나 사건이 많다. 그러나 언어와 관습이 다르고, 봉사자와 수혜자로 만났다 해도 진정한 사랑을 나눌 계기가 되고 마음이 하나 되어 모두 행복해진다.


필리핀 나눔이 끝난 후 주위에서 묻는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또 가겠느냐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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